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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드] 17. 제스트 정호건 대표 2026.09.03

살핌마루
경로당 시설 진단·설계·그린리모델링 공사 에너지 사용량 등 모니터링 관리 업무 도움 절감 예산 복지 프로그램 재투입 선순환 제로에너지 건축 AI 에이전트
30분 이내 에너지 시뮬레이션 정보 추출 전문가 직접 입력 기존 과정 자동화 개발 웹 서비스 전환 단계… 구독형 서비스 계획 “강원 녹색건축·제로에너지 대표 기업 성장 지역 도움 돌려주며 건축 통해 사회 기여”
 
낡은 경로당 고치고 AI 키우고 ‘사회에 도움 되는 건축’ 현실로

친환경 건설자재 플랫폼으로 출발한 춘천 기술기업 제스트가 춘천 노후 경로당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실험한다. 기존 플랫폼 운영은 중단했지만 그동안 축적한 건축·에너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로당 통합관리서비스 ‘살핌마루’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나섰다.

제스트는 올해 북춘천새마을금고와 함께 우두동 노후 경로당 한 곳을 대상으로 ‘시니어 거점 공간 재생과 실버 웰니스 프로그램 구축사업’을 처음 추진한다. 대상지 선정을 마치고 현재 진단과 설계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등유 난방을 전기식으로 전환해 경로당에서 직접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인다. 창호와 단열을 보강해 냉난방 부하와 전력 사용량을 낮추고, 출입구 턱과 미끄러운 복도·화장실, 안전손잡이 등 고령자의 이동을 방해하거나 낙상 위험을 높이는 시설도 개선한다.

이곳에는 제스트가 개발한 살핌마루도 처음 적용된다. 살핌마루는 경로당의 에너지 사용량과 이용자 생체정보를 모니터링해 행정복지센터 담당 직원의 관리 업무를 돕는 서비스다. 에너지·생체 모니터링 기능은 개발을 마쳤으며 향후 경로당별 필요 물품을 요청하고 관리하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공사 전후 탄소배출량과 관리비 절감 정도, 배리어프리 지표 향상이 핵심 성과지표다. 등유 사용에 따른 직접배출과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을 각각 공사 전후로 비교해 개선 효과를 측정한다. 제스트는 첫 사업 효과를 확인한 뒤 우두동 경로당 35곳가량을 시작으로 춘천지역 372개 경로당까지 적용 대상을 넓힌다는 목표다.

정호건 제스트 대표는 “경로당 현장을 찾아가 보니 아직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거나 출입구와 화장실이 고령자에게 위험한 곳이 적지 않았다”며 “에너지 비용은 계속 나가지만 어르신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물품과 시설 지원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 관리비 절감해 복지로…지자체 겨냥한 공공사업

춘천시의회에 따르면 춘천지역에는 경로당 372곳이 운영되고 있다. 춘천시가 오는 2029년까지 143곳을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 기반 스마트경로당을 구축할 계획인 가운데, 제스트는 에너지 비용과 탄소배출, 이동 안전을 함께 개선하는 데 차별점을 두고 있다.

살핌마루의 궁극적인 고객은 경로당 이용자가 아닌 지자체다. 지자체나 지역 금융기관이 사업비를 부담하면 제스트가 시설 진단·설계부터 그린리모델링 공사, 에너지·안전관리 장비 및 물품을 공급해 매출을 내는 구조다. 운영비를 줄이고 절감한 예산을 필요한 물품이나 복지 프로그램에 재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업은 지역 조직 간 협업을 통해 첫 단추를 뀄다. 제스트는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통해 북춘천새마을금고와 연결돼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함께 찾았다. 새마을금고는 경로당 지원 의지가 있었지만 시설별 수요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고, 경로당은 지원제도가 있어도 복잡한 절차 때문에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제스트는 이 사이에서 시설 진단부터 설계·시공·관리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춘천지역 사회적기업 위드더레이크가 담당한다.

제스트에 따르면 회사는 한국수력원자력 보육기업으로 선정돼 현재 한수원에 살핌마루 사업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아직 협의 단계로, 첫 사업 성과를 토대로 후속 실증 가능성을 모색한다. 정 대표는 “기술이 앞에 드러날 필요는 없다. 이용자는 필요한 것을 요청하고 기술은 뒤에서 에너지와 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된다”며 “한 곳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경로당의 운영 상태와 수요를 함께 관리하는 모델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사회에 도움되는 건축’에서 출발 


정 대표가 노후 경로당 현장에 들어오게 된 배경에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건축’을 하겠다는 오랜 목표가 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남부 저소득 주민을 위한 건축활동을 펼친 사무엘 막비와 고(故) 정기용 건축가에게 영향을 받았다. 정기용 건축가 사무실에서 일한 뒤 건축공학 석사와 도시공학 박사과정을 거치며 건축의 공공성과 기술을 고민했다. 정 대표는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건축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며 “유의미한 건축을 고민하던 시기에 친환경 건축 분야가 태동해 이 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부터 1000여개 아파트 단지의 10년치 관리비를 분석해 그린리모델링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후 노후주택 시공과 녹색건축 컨설팅으로 영역을 넓히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컨설팅 과정에서는 친환경 자재의 가격과 공급처, 인증정보가 흩어져 있고 건설업무가 종이서류와 팩스에 의존하는 문제를 확인했다. 친환경 자재가 실제로 사용됐는지 확인하거나 탄소감축 효과를 검증하기도 쉽지 않았다.

■ 13만종 플랫폼 닫고 건축 AI로 전환

정 대표는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기 위해 2024년 4월 제스트를 설립했다. 국내 친환경 건설자재 약 13만종의 인증·공급정보를 모은 플랫폼과 건축물 전 과정평가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는 별도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에 비용을 내고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다. 복잡한 하도급 구조에서 원도급사가 자재 선정과 공급망을 바꿀 유인도 크지 않았다. 제한된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컴퓨팅 비용을 부담하며 서비스를 유지하기란 어려웠다.

제스트는 결국 친환경 자재 플랫폼 운영을 중단했고 전 과정평가 서비스도 현재 멈춘 상태다. 정 대표는 “현장의 문제를 IT로 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건설현장은 예상보다 IT와 거리가 멀었다”며 “사람이 직접 여러 정보를 찾아 입력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서비스는 종료했지만 전국 공공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물 프로젝트에서 에너지 설계와 컨설팅, 현장 검증을 수행하며 축적한 건축도면과 에너지 성능, 자재정보는 남았다.

제스트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초부터 건축 AI 에이전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AI가 건축도면과 3D 모델을 읽고 관련 법령·기술기준·자재 데이터와 대조해 에너지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전문가가 도면에서 면적과 자재정보를 찾아 프로그램에 직접 입력해야 했던 기존 과정을 자동화한 것으로, 제스트는 30분 이내에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컬 프로그램 개발은 마쳤으며 현재 웹 서비스로 전환하는 단계다. 향후 건설사 실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구독형 서비스를 판매할 계획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 기준이 강화되는 가운데 설계 초기부터 에너지 성능을 검토해 추후 설계 변경과 공사비 증가를 줄이는 것이 이 기술의 목표다.

■ 강원 노후시설과 건축 AI ‘두 축’ 성장

제스트는 전국 건축시장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한편, 강원에서는 경로당을 시작으로 노후 공공시설에 에너지·안전관리 기술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강원 출신이 아닌 정 대표가 춘천에 본사를 둔 배경에는 지역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창업지원사업이 있었다. 그는 제스트 설립 전부터 태백과 강릉, 정선, 춘천 등에서 공공건축물과 공동주택의 녹색건축·에너지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신규 시설을 짓는 것뿐 아니라 기존 공공시설의 에너지 효율과 이용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 강원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제스트는 스파크랩과 강원대학교 기술지주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하고 프리팁스와 팁스(TIPS)에 선정되며 AI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 대표는 “강원에서 녹색건축과 제로에너지를 떠올렸을 때 제스트를 찾을 수 있도록 자리 잡고 싶다”며 “지역에서 받은 도움을 돌려주면서 건축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처음의 목표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안현 기자 hyunsss@kado.net
*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s://www.kado.net)